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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9시, 우리 집 전투가 시작됩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어서도 혼자 잠들지 못했어요. 잠자리에 눕히면 시작되는 온갖 핑계들... "목말라", "쉬 마려워", "배고파", "무서워". 정말 창의적이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방을 나가려고 하면 울면서 매달리는 통에 결국 아이 옆에서 2시간씩 기다리는 게 일상이었죠.

솔직히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지친 상태에서 이런 실랑이를 벌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남편과 교대로 해봐도 마찬가지였고, 어떤 날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는데 그러면 아이만 더 울고... 악순환이었죠.

우리 아이는 왜 이럴까요?

처음엔 그냥 떼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 마음을 들여다보니 이유가 있더라고요.

엄마와 떨어지는 게 무서워요 잠든다는 건 아이 입장에서는 의식을 잃는 거예요. 그러면 엄마가 사라져버릴 것 같고, 혼자 남겨질 것 같은 거죠. 특히 다섯 살 정도 되면 상상력이 풍부해져서 어둠 속에서 괴물도 보이고, 나쁜 사람이 올 것 같기도 하고요.

내가 뭔가 조절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깨어있을 때는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놀고 싶은 것도 놀 수 있는데 잠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요. 이런 무력감이 아이에게는 큰 스트레스예요.

엄마 아빠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싶어요 하루 종일 바쁘게 지내는 부모가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해주는 시간이 잠자리 시간이에요.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이 시간을 늘리려고 하는 거죠.

우리 가족만의 해결법을 찾아보았어요

1단계: 저녁 루틴부터 바꿔보기

먼저 저녁 7시부터 체계를 잡았어요. 목욕하고, 양치하고, 조용한 놀이나 책 읽기, 그리고 침실에서 하루 이야기하기까지. 처음엔 아이가 "왜 이렇게 해야 해?"라고 투덜거렸지만, 매일 똑같이 반복하니까 나중엔 스스로 "이제 목욕할 시간이야!"라고 말하더라고요.

2단계: 조금씩 독립시키기

첫 주에는 아이 침대 바로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있었어요. 그 다음 주에는 의자를 문쪽으로 조금 옮기고, 그 다음에는 문 밖에서 기다렸죠. 한 달 정도 지나서야 "엄마는 거실에 있을게, 필요하면 불러"라고 말하고 나올 수 있었어요.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절대 갑자기 사라지면 안 된다는 거예요. 아이에게 미리 말해주고, 점점 거리를 늘려가야 해요.

3단계: 아이 마음 달래주기

아이가 "무서워"라고 할 때 "무서울 게 뭐 있어"라고 하지 말고, "그래, 무서울 수 있어. 하지만 엄마 아빠가 바로 옆방에 있고, 항상 너를 지켜주고 있어"라고 말해줬어요. 작은 야간등도 켜두고,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곰돌이 인형도 꼭 안고 자게 했고요.

4단계: 작은 성취감 주기

아이가 스스로 잠들면 다음 날 아침에 특별한 스티커를 줬어요. "와, 어제 혼자 잠들었구나! 정말 대단해!"라고 칭찬하면서요. 일주일에 스티커 5개 모으면 주말에 아이가 원하는 곳에 가기로 약속했죠.

쉽지 않았던 변화 과정

처음 2주 - 더 심해지는 저항

새로운 방식을 시작하니까 오히려 아이가 더 심하게 울고 떼쓰더라고요. "왜 이렇게 해야 해!", "예전처럼 해줘!" 하면서 바닥에 뒹굴기도 하고... 솔직히 이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포기하고 싶었죠.

하지만 남편과 "이번엔 정말 끝까지 해보자"고 다짐했어요. 한 명이 흔들리려고 하면 다른 한 명이 붙잡아주고, 서로 응원하면서 버텼어요.

3-4주 차 - 조금씩 보이는 변화

아이가 "5분만 더"라고 하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가끔 "엄마, 나 혼자도 잠들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럴 때 정말 뿌듯했어요.

2개월 후 - 드디어 성공!

이제 아이가 스스로 잠자리 루틴을 따라해요. "엄마, 나 이제 양치하고 올게!"라고 말하고는 혼자 화장실에 가고, 침실에서 책도 읽고... 15-20분 안에 잠들어요.

다른 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

일관성이 정말 중요해요 한 번 정한 규칙은 힘들어도 지켜야 해요. 부모가 흔들리면 아이는 "조금만 더 버티면 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거든요. 최소 2-3주는 똑같은 방식으로 해야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낮에 충분히 관심 주세요 아이가 잠자리에서 관심을 끌려는 이유 중 하나가 낮에 충분한 관심을 못 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바쁘더라도 아이와 온전히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만들어보세요.

부모가 먼저 차분해져야 해요 아이가 떼쓸 때 화내거나 포기하면 상황만 더 악화돼요. 저도 화가 날 때가 많았지만, 심호흡하고 "이것도 지나갈 거야"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어요.

2개월 후 우리 가족의 변화

지금은 아이가 스스로 잠들 뿐만 아니라 "나는 혼자서도 잠들 수 있는 큰 아이야"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어요. 이런 자신감이 다른 일에도 영향을 미쳐서 유치원에서도 "요즘 더 적극적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고요.

무엇보다 저희 부부에게 저녁 시간이 생겼어요. 아이 재우느라 2-3시간 씩 보내던 시간에 이제는 대화도 하고, 각자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게 되었죠.

잠자리 문제는 단순히 잠을 재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독립심을 키우는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힘들었지만 정말 해보길 잘했다고 생각해요.